눈 오는 겨울엔 Altenberg
드레스덴에서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알텐베르크라고 하는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처럼 눈이 많이 쌓이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는 시점부터 마을 전체가 눈에 덮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드레스덴에도 눈이 왔던 날 이틀 정도 뒤에 갔었던 것 같다. 날씨가 엄청 맑고 눈이 많았어서 겨울에 갔던 곳 중에 가장 좋았던 기억이 있다. 날씨가 잘 맞다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드레스덴에서 가는 방법은 드레스덴 HBF에서 360번 버스를 타고 가면 Altenberg 역에 도착하는데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스키장과 썰매장이 보인다. 길을 잘 모르겠더라도 아마 버스에 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스키나 썰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면 된다.
썰매를 타고 스키를 즐길 수도 있고, 슬로프 뒤쪽으로 걸어가면 숲 속 하이킹을 할 수도 있다. 스키장 쪽에도 음식을 판매하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노는 시간을 생각해서 가벼운 간식이나 음식들을 챙겨가면 좋을 것 같다.
이곳에는 스키와 썰매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스키는 잘 타지 못해서 썰매를 타기로 했다. 여기는 대부분 집에 나무 만든 썰매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편이라고 하는데 스키장에서 대여도 가능하다. 입장료가 있진 않고, 슬로프를 올라가기 위해 무빙워크를 이용하려면 티켓을 구매하여야 한다. 그런데 썰매를 타는 슬로프는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높이라 티켓 구매 없이 썰매만 대여하면 된다. 썰매 대여료도 많이 비싸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밑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에서 썰매를 대여할 수 있다.
그래도 경사가 꽤 있는 편이라 여러 번 썰매를 끌고 올라가는 게 조금 힘들었다. 초등학교 때 타보고 커서는 썰매를 처음 타봤는데 그때보다 10살 넘게 나이를 먹었지만 역시나 재밌었다. 특히 지금까지 썰매는 플라스틱이나 튜브 형태의 썰매만 타봤고, 이런 나무 썰매는 처음 타봤는데 느낌도 색다르고 진짜 재밌었다. 우리나라는 보통 썰매장에 안전요원 분들이 계시는데 이곳은 돈을 내고 타는 썰매는 아니어서인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썰매를 탈 수 있는 점도 신기했다. 썰매를 한 시간 정도 재밌게 타고, 하이킹을 하러 갔다.
하이킹을 하는 곳은 썰매 슬로프 끝 쪽으로 보면 숲 속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쪽을 쭉 걷다가 돌아오면 된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기 때문에 썰매 슬로프 쪽에서 사람들을 따라가면 될 것 같다.
숲 하이킹을 시작하는데 나무에 쌓여있는 높은 눈을 보니까 마치 어릴 때 보던 뽀로로 마을이 생각났다. 뽀로로 마을이 항상 이런 키 큰 나무들에 눈이 쌓여있는 배경이었는데 실제로 마을을 걷는 듯했다. 길에는 눈이 높게 쌓여있지 않았지만 길 옆으로 있는 벤치나 나무들이 있는 곳을 걸어보면 눈이 무릎까지 쌓여있었다. 걸으면서 썰매도 타고, 나무에 앉아 간식도 먹으면서 하이킹을 계속했는데 눈이 이렇게까지 쌓인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나는 겨울에 눈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인데 이렇게 많은 눈과 맑은 날씨를 함께 볼 수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사진 상으로는 내가 실제로 봤던 나무의 크기와 이 곳의 겨울 분위기가 제대로 담기지 않아 아쉽다.
나는 동계올림픽을 볼 때 유럽 사람들은 왜 크로스컨트리(스키를 타고 걷는 종목)를 비롯한 비슷한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지 궁금했었는데 알텐베르크에 와서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취미로 크로스컨트리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모습이라 신기했다. 북유럽이 아닌 독일에서도 취미로 크로스컨트리를 할 정도라면 유럽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많이 접했을 것이고, 당연히 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옆에는 봅슬레이를 탈 수 있는 경기장도 있었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져서 5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날이 깜깜해졌다. 내가 갔을 때가 크리스마스 전 주라서 다시 버스를 타러 간 이곳에서 불빛이 켜진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있었다. 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날씨가 잘 맞을 때 알텐베르크에 꼭 가서 썰매도 타고 눈 쌓인 숲 속 하이킹도 해봤으면 좋겠다. 겨울의 취미를 즐기는 독일 사람들과 함께 하며 독일의 겨울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확신한다.
'여행 > 유럽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근처 파스타, 티라미수 맛집 (2) | 2024.04.27 |
---|---|
[이탈리아] 포지타노에서 아말피로 (0) | 2024.04.24 |
[독일] 라이프치히 동물원 구경 (1) | 2024.04.19 |
[독일] 드레스덴 커리부어스트 맛집 (1) | 2024.04.17 |
[독일]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 (3) | 2024.03.15 |